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이상한 곳이었다. 누구나 그 공간을 인지하면서도 가시화되지 않은 공간. 알지만 애써 모른 척 하는 곳. 나에게는 학창시절 들었던 무시무시한 괴담 속의 존재. 청소년출입금지 구역인 성매매 집결지는 어린 우리들에게 도시괴담으로 등장하고는 했다.

“모 여고 학생이 그 근처를 지나가다가 봉고차에 납치됐는데 몇 달 후에 유리방에서 발견됐대!”, “수원역에서 길을 잃어서 실수로 거길 들어갔는데 거기 언니들이 째려보고 욕해서 도망쳐 나왔대!”, “길을 잘못 들어서 거기에 들어갔는데 어떤 남자들이 끌고 가려고 했대!”

실제로 성매매 집결지의 모습을 본 적은 없으나 무시무시한 소문들 속에서 집결지는 나에게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각인되었다. 나뿐만 아니라 내 친구들 역시 그랬다. 자연스레 집결지 근처는 다가가서는 안 되는 공간이 되었고 그런 식으로 우리들이 통행하고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은 비좁아졌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는 집결지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들려오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고 귀에 들리지 않으니 서서히 집결지의 존재는 나에게 잊혀져 갔다. 그러던 어느 날 집결지의 이야기가 다시 들려왔다. 대학교의 과사무실에서였다. 한 남자선배가 인터넷에 수원역 집결지의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인터넷 공유사이트에 돌아다닌다고 했다. 남자 동기들과 선배들이 크게 호응하며 궁금해하자 그는 자랑스레 노트북으로 그 영상을 틀어 과사무실에 있던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 사람들이 그 영상을 보겠다고 노트북 앞에 다닥다닥 붙어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흥미롭게 영상을 보았고 노트북 앞에 다가가지 않은 것은 몇몇 여학생들 뿐이었다.

 학창시절 집결지 도시괴담이 여학생들 사이에 퍼져나갔던 것은 접근할 수 없는 곳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우리 또한 여성이었기 때문에 우리도 언제든 성착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여성들은 학창시절 들었던 집결지 도시괴담의 공포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각인되어 있는 반면 남성들은 그렇지 않다. 집결지를 공포스러워 하는 남성은 없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과는 달리 집결지에 대한 소문에 공포를 느끼지 않는다. 도리어 출입할 수 없는 공간에 대한 호기심, 언젠가는 나도 여성들의 성을 구매할 수 있다는 기대감과 흥미로 환원될 뿐이다.

 집결지의 공포스러운 이미지와 통행권의 박탈은 여성들에게만 해당된다. 남성들에게 집결지는 언제나 열려있고 그곳은 그저 흥미와 호기심의 공간에 지나지 않는다.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고 이용해 온 유구한 역사 속에서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집결지 바깥에 있는 여성들에게 집결지는 자신도 성착취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공포감을 불러일으키고 남성에게는 남성은 여성에 대한 성적접근이 허용된다는 인식과 여성의 신체를 구매하고 이용할 수 있다는 그릇된 인식을 내재시킨다.

 집결지의 존재는 수원시민들에게 여성의 성은 구매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보내는 역할을 했고 이는 성착취가 사회구조적인 문제임을 인식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특히나 남성들이 집결지라는 공간에서 지속적으로 남성권력을 확인하고 실현함으로써 남성은 여성을 지배할 수 있다는 가부장적 인식을 재생산하므로 더욱더 성착취의 구조를 바라보기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한 싸움 끝에 이루어진 집결지 폐쇄는 성착취가 이루어졌던 거대한 공간을 수원시민의 품으로 돌려주었고, 모두가 알고 있지만 가시화되지 못했던 공간을 가시화시켜 시민들에게 집결지의 존재와 구매자들을 인식하도록 만들었다. 또한 집결지가 폐쇄됨으로써 여성의 성을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이 존재하는 것을 용인해선 안 된다는 마땅한 명제를 공표했다.

 집결지가 폐쇄된 후 여성의 성을 착취해 온 수원의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 그 자리에 기억공간 잇-다가 개관되었다. 역사를 기억한다는 것의 의미는 역사를 반면교사 삼아 배우고 같은 문제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것에 있다.

집결지 폐쇄는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다.

집결지는 폐쇄되었지만 집결지가 남긴 것은 무엇인지 성찰하고 성착취 없는 사회를 위해 끊임없이 싸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