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부터 수원에서 살아온 나에게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여러 이름으로 불렸다. 빨간불, 무서운 곳 등 10대였던 우리가 지나가면 안 되는 공간이었다. 고등학교 시절 집결지 뒤편 고등동 해창아파트에 잠시 살았던 적이 있다. 학교에 가기 위해 버스정류장을 가려면 집결지를 지나가는 것이 편했던 나는 아침 등교 시간에 종종 그 ‘지나면 안 되는 길’을 가로질러 갔다. 밤에는 시끄럽고 불빛이 환하던 그 동네는 아침에는 아무도 살지 않는 공간인 것처럼 조용했다. 처음에는 그 공간이 있다는 것 자체가 무서웠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무뎌졌고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그때는 그곳에서 여성들이 얼마나 착취당하고 힘들었는지 미처 알지 못하였다.

2020년 자활 지원센터에 입사했다. 입사해서 교육을 받으면서 그동안 수원에 살면서 성매매에 관해 관심이 없었던 것이 부끄러웠다. 너무나 가까운 거리에 항상 지나가면서 봐왔던 그 공간은 나의 관심 밖이었다. 눈 감고 지나가면 되는 것이었고, 나에게는 딱히 피해가 없으니까, 안 가면 된다는 가벼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수원시민들에게 물어보고 싶다. 당신들은 성매매 집결지가 바로 옆에 있었는데, 얼마나 그 공간에 대해서 생각하고 고민했었는지. 혹시 과거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지금이라도 관심을 가지고 함께 이야기 나눠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 공간이 현재는 폐쇄되고 없어졌지만,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여러 성 착취들이 남아있고 더 눈을 돌리면 안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입사하고 활동을 지속하면서 내가 만나는 지인들에게 성매매에 관한 생각을 물어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돌아오는 말들은 나에게 상처가 되었다. 시민들의 인식변화가 더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의 지인들은 나에게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만 늘어놓았다. 사람들은 성매매라는 단어를 들으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여성뿐인 것 같았다. 성매매처벌법에서 가장 처벌을 크게 받는 사람은 업주와 알선업자들이다. 하지만 일반인들에게 그들의 존재는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한 개인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회구조의 문제에 대해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사) 수원여성인권돋음에서 <1900-2022 수원 도시와 성매매 집결지 역사아카이브 展>을 진행한다. 이번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수원역 집결지에 관련된 기사와 도시의 역사에 대한 여러 문서, 책등을 찾아보았다. 1900년 수원에 선교를 위해 최초의 일본인이 이주한 것을 시작으로 2021년 5월 수원역 성매매가 폐쇄하기까지의 과정이 전시회에 녹아있다.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받으면서 일본의 공창제도와 유곽을 만드는 도시계획들이 들어왔으며, 그때부터 한국에도 성매매 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로 인해 전국에 항구를 중심으로 유곽(집결지)이 생기기 시작했다. 수원의 경우에는 일본인 남성 혼자 정착하기보다는 일본의 가정이 정착했기 때문에 유곽이 생기지는 않았지만, 공창제도의 문화는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 후 광복을 맞이하고 한국은 한국전쟁이 터지게 된다. 일본 남성들은 없어졌지만, 수원역 인근에 군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매매가 발생하게 된다. 그 후 수원역 인근 피난민촌에 여인숙들이 생겨나고 그곳을 중심으로 집결지가 형성된 것이다. 그렇게 터를 잡은 집결지는 전쟁이 끝나고 더욱 몸집이 커졌으며 1997년 유리방 형태의 업소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수원역은 수원의 교통 중심이었으며 90년대 후반 수원 버스터미널이 옆에 생기면서 더 많은 유동인구가 생기기 시작한다. 성매매 집결지가 점차 커지면서 청소년 출입(통행)금지가 된 것도 1999년도부터이다. 96년생인 나는 2014년 성인이 되기 전까지 그곳을 지나다닐 수 없는 사람이 되었고, 2022년 나는 성매매를 반대하는 활동가로서 그곳에 있는 거점 공간 전시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성매매 집결지는 역사적인 배경을 바탕으로 주춤했다가 커졌다가를 반복하였다. 여러 역사적인 사건과 사실들을 찾아보면서 기록의 중요성을 다시금 알 수 있었다. 우리는 현재 역사의 한 페이지에 서 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는 폐쇄되었지만 또 다른 성매매들이 생겨나고 있다. 수원역 성매매 집결지의 역사를 잊지 않고 반복적인 일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하며 앞으로의 활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